Tech Women @CodeStates 후기

지난 7월 5일, CodeState에서 주관하는 Tech Women 행사에 연사자로 참여했다.
이 행사는 오로지 여성을 대상으로 선착순 50명이 무료로 참석 가능했다.
몇몇 발표 세션과 네트워킹 시간이 있었으며,
여성 임파워먼트 및 엔지니어로의 커리어 전환에 관심이 있는 분,
Women Career Change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행사의 끝까지 남아서 참여하고 싶었으나, 일정이 있어 1부까지만 참여해서 아쉬웠다.

이전에 Women TechMaker Seoul 2019에서 했던 내용은 그다지 구체적인 것 같지 않아서,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직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Tech Women 연사자 제의를 받게 되었고, 이번에는 더 좋은 내용을 하리라 마음먹고 야심차게 제의에 응했다.
하지만 웬걸, 이번 행사의 주요 주제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안받고 다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1. 스타트업/IT 업계에 여성 엔지니어/창업가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
  2. 엔지니어 취업 시장의 젠더 편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
  3. 여성 엔지니어의 커리어 전환기
  4. 회사 유일의 여성 엔지니어로 일하기
  5. 일반적인 개발 내용보다는 “여성”, “다양성”, “임파워먼트”

첫 번째 내용에 대해서는, 여성이 어디든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특별히 어떤 “이유”를 꼽기 어려웠고,
두 번째 내용에 대해서는, 여성 개인이 해야 하는 과제보다도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과제가 시급하다고 생각해 내가 할 이야기가 별로 없을 것 같았고,
세 번째 것은 나의 이야기에 해당되긴 하는데, CodeStates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환하신 분들이 직접 발언하실 것 같아 중복되는 이야기를 피하고 싶었다.
네 번째로는 같은 직군에서 혼자 여성이었던 적이 있긴 하지만, 문화가 굉장히 좋은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어 걱정이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임파워먼트”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임파워먼트”가 무엇일까 하면서 고민하게 되었다.

첫 번째 항목에 대해서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혼자일 때보다 두 명일 때, 두 명일 때보다 다수일 때 더 나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이 네 번째 주제와도 겹치는 것 같아서, 여성이 혼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또 두 번째 항목에 대해서는, 개인으로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이야기해보기로 결심했다.
가령 어떻게 마음을 먹고, 어떻게 성장을 위한 전략을 짤 지 등.
세 번째 주제는 이런 내용에 내 경험을 조금 섞어서 넣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내용들이 전반적으로 임파워먼트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되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잡은 주제는 ‘여성의 자신감 없음’이었다.
어딜 가나 매번 하는 얘기라 지긋지긋할 수도 있지만,
Lean In에서 인용된 HP 내부 리포트에서

1
2
여성은 공지한 필요 조건을 100% 충족해야 공개 채용직에 지원하는 반면,
남성은 필요 조건을 60%를 충족한다고 생각하면 지원한다

는 결과를 인용했다.
물론 그 책에서는 “여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왕관을 수여해주길 바란다(왕관 증후군)”는 요지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나는 오히려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남성에 비해서 자신감이 너무도 없어 도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의 자신감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발언 통계를 인용하고자 했다.
여성이 더 많은 차별에 시달린다는 것은 명백해서, 어디든 통계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여러 자료를 검색했는데,
마침 맥킨지와 LeanIn.org 에서 Women in Workplace라는 통계를 매년 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통계를 쭉 보다 보니, 직장에서 유일한 여성일 때 더 많은 편견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고, 아주 인상깊어 발표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준비하고 나니,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여러분들이 계속 차별받아와서 그래요, 힘내요!”하고 끝낼 순 없지 않은가.
해서 어떻게 하면 힘낼 수 있을지 몇 가지나마 포함시켜보았다.

그래서 다음의 다섯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1. 네트워킹
  2. 나를 좀먹는 사람과 거리 두기
  3. 질문하기
  4. 작은 성과 거두기
  5. 실패하기

사실 대부분은 저번 WTM Seoul 발표와 겹치긴 하는 듯 하나,
그 발표를 듣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 다시 잘 정리해서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몇 가지 사전 질문을 받았는데,

  • 남초인 it 업계에서 이성이 아닌 동료로서 영감받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수 있는 법이 궁금합니다.
  • 남성이 대다수인 테크업계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갖춰야할 태도나 팁을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두 질문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남녀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묻고 있다.
직장에서 소수자라면 이성 관계에도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내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두 질문이 결국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묻는 거라고 느꼈고, 그래서 매우 슬펐다.
결국 여성이 소수자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미리 고민하고 걱정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수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수자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소수자의 권리를 빼앗기 쉽기 마련이다.
따라서 직장에서 다수자가 소수자를 핍박하지 않도록 충분히 교육하는 동시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의 구제책과 처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글솜씨보다 말솜씨가 더 부족한 사람이라, 그저 생각만 정리해서 갔더니 엉성한 답변을 한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는 질문에도 미리 답변을 다 글로 정리해서 외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 당일에는 큰 문제 없이 발표를 했고, 내 발표 뒤에 Sopoong 심사역 분께서 발표하셨다.
Sopoong에서 하는 일, 어떻게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지와 그 결과를 공유해주셨는데,
준비해오신 자료도 너무 알찼고, 하시는 일도 훌륭하고 그 결과도 훌륭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도 나름 열심히 발표 준비 한답시고 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 뒤에는 사전 질문을 포함한 현장 질문이 있었는데,
사전 질문 이외에는 시일이 지나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WTM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질문을 받을 수 있었어서 조금 더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발표의 경우는 내가 직접 질문에 대답하는 게 아니라 진행자께서 전해주셔서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나”라는 느낌을 조금 받았다.
피드백을 직접 받지 못하니 막막한 느낌이 컸던 것 같다.
네트워킹 시간까지 남아서 참석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이런 느낌을 해소할 수 있었을텐데, 끝까지 남지 못해서 아쉬웠다.

발표 슬라이드스크립트는 구글 독스를 통해 업로드해두었다.
슬라이드에는 발표자 노트로 발표 내용을 넣어 읽기 쉽게 해두었으며,
스크립트에는 슬라이드에 있는 일부 도표를 삽입하여 굳이 슬라이드를 열지 않아도 읽을 수 있게 해 두었다.

이런 링크들은 나중에 블로그에서 한 번에 모아볼 수 있게 정리해야겠다.